허리는 안 아픈데 다리만 저릴 때 — 낙성대 한의원이 읽는 방사통 신호
다리가 저려서 오셨다는 분께 허리는 어떠시냐고 여쭤보면 뜻밖의 답이 돌아올 때가 있습니다. "허리요? 허리는 하나도 안 아픈데요." 종아리가 당겨서 혈액순환 문제인가 싶어 약을 먹어봤다는 분도 있고, 발이 저려 당뇨 검사부터 받아봤다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다리 쪽을 아무리 살펴도 원인이 안 나오는 저림이라면, 출발점이 다리가 아니라 허리일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라고 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밀려나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뿌리를 건드리면, 저림은 눌린 자리가 아니라 그 신경이 감각을 맡고 있는 구역에서 느껴지거든요. 눌린 곳은 허리인데 신호는 종아리에서 울리는 셈입니다. 이렇게 신경 줄기를 따라 뻗어 내려가는 통증을 방사통이라고 부릅니다. 다리로 내려가는 좌골신경이 새끼손가락 굵기쯤 되는, 우리 몸에서 가장 굵고 긴 신경이라 신호가 닿는 범위도 그만큼 넓습니다.
저림이 지나가는 길이 지도를 그립니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은 요추 몇 번째 마디에서 나왔는지에 따라 담당 구역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가 저린지를 자세히 여쭤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마디가 눌리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 허벅지 앞쪽과 정강이 안쪽이 저리면 요추 위쪽 마디를 먼저 봅니다.
- 엉덩이에서 허벅지 뒤옆, 종아리 바깥, 발등과 엄지발가락으로 이어지면 요추 4-5번 사이가 흔합니다.
- 허벅지 뒤에서 종아리 뒤, 발바닥과 새끼발가락 쪽이면 요추 5번과 천골 사이를 의심합니다.
단순한 근육 뭉침과 갈라지는 지점도 여기입니다. 뭉친 근육은 한 부위에 머물고 주무르면 시원한데, 방사통은 엉덩이에서 발까지 줄을 긋듯 내려갑니다. 기침이나 재채기 한 번에 다리까지 울리는지, 허리를 숙이거나 오래 앉아 있으면 심해지는지도 같이 봅니다. 낙성대역 계단을 내려갈 때는 괜찮은데 사무실에 30분쯤 앉아 있으면 슬금슬금 저려온다는 식의 패턴이 단서가 되죠.
한의원에서 하는 일
진료실에서는 다리를 곧게 펴서 들어 올리는 검사와 발목·발가락 힘, 감각을 먼저 확인합니다. 신경이 자극받는 양상이 확인되면 치료 방향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신경 주변에서 함께 굳어 신경을 조이는 근육을 푸는 것. 엉덩이 깊은 곳의 이상근이나 허리의 기립근이 대상이고, 침으로 깊은 근육층을 이완시킵니다. 다른 하나는 추나로 골반과 요추의 정렬을 조정해 신경이 지나는 통로의 부담을 줄이는 것입니다. 저림이 오래된 분께는 신경 회복을 돕는 한약을 함께 쓰기도 합니다.
약침을 쓰는 경우도 있는데, 미리 말씀드리면 일반 침보다 뻐근하게 아픈 편입니다. 정제한 한약 성분을 자극점에 주입하는 방식이라 맞을 때 묵직한 통증이 있어요. 알고 받으시는 편이 낫습니다.
생활에서는 한 가지만 당부드립니다.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앉는 습관은 골반을 한쪽으로 기울여 엉덩이 쪽 신경을 계속 누르게 되니, 다리 저림이 있는 동안만이라도 지갑을 앞주머니나 가방으로 옮겨보세요. 앉는 시간이 긴 분이라면 50분에 한 번 일어나 두어 걸음 걷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눌리는 시간을 끊어줄 수 있습니다.
치료보다 영상 검사가 먼저인 경우
한의원에는 MRI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림의 양상에 따라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검사를 먼저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발끝이나 뒤꿈치로 서기가 안 될 만큼 다리에 힘이 빠질 때, 감각이 점점 둔해져 남의 살 같아질 때가 그렇습니다. 저림을 넘어 대소변 조절이 어려워졌다면 이건 응급이라 그날로 큰 병원에 가셔야 하고요. 이런 신호 없이 치료를 시작했더라도 몇 주가 지나도록 저림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번져간다면, 그때는 영상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결과를 가지고 오시면 치료 방향을 다시 잡습니다.
반대로 힘 빠짐 없이 저림과 당김이 주된 증상이라면, 신경 주변 근육을 풀고 정렬을 바로잡는 보존적 치료를 해볼 여지가 충분한 상태입니다. 다리 저림은 위치와 양상 자체가 많은 것을 알려주는 증상입니다. 혈액순환 탓이려니 하고 지나치는 중이라면, 경희미르애한의원 낙성대점에서 그 저림이 어디서 출발한 신호인지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