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디스크 압력, 앉을 때보다 숙일 때 — 관악구 낙성대 한의원
허리를 삐끗해 오신 분께 어쩌다 그러셨냐고 여쭤보면 답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무거운 걸 든 것도 아니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려고 몸을 숙였을 뿐이라고요. 바닥의 펜을 줍다가, 아이를 안아 올리다가, 신발 신다가.
허리에 나쁜 자세를 여쭤보면 대부분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먼저 떠올리십니다. 그런데 디스크 안쪽 압력을 실제로 재본 자료를 보면 순위가 좀 다릅니다.
디스크 안에 센서를 넣고 잰 값
1999년 독일 울름대학 연구진이 건강한 성인의 요추 4-5번 디스크에 압력 센서를 직접 넣고, 일상 동작마다 압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습니다. 지금도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입니다.

그냥 서 있을 때가 0.50 MPa. 이걸 100이라고 놓으면 등받이 없이 편하게 앉을 때가 92,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을 때가 110입니다. 앉는다고 해서 서 있을 때보다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는 뜻이죠.
압력이 뛰기 시작하는 건 다른 지점이었습니다. 앉은 채로 상체를 최대한 숙이면 166, 서서 앞으로 숙이면 220. 여기에 20kg을 더하면 340에서 460까지 올라갑니다.
앉느냐 서느냐가 아니라 숙이느냐가 갈림길이었던 겁니다.
같은 무게를 들어도 두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눈여겨볼 값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같은 20kg인데 무릎을 굽혀 앉았다 일어나며 들면 340, 무릎을 편 채 허리만 굽혀 들면 460이었습니다. 물건 무게는 그대로인데 드는 방법만으로 120이 차이 납니다.
허리를 굽혀 물건을 들 때 우리 몸은 상체 무게까지 같이 들어 올립니다. 상체는 대략 체중의 절반이니, 20kg짜리 화분을 든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무거운 걸 요추가 감당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오래 앉아 있어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연구가 잰 건 어디까지나 순간 압력입니다. 오래 앉아 있는 문제는 압력이 아니라 시간에서 옵니다. 같은 자세로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면 허리를 붙들고 있는 기립근과 장요근이 계속 같은 길이로 버티느라 굳습니다. 굳은 근육은 짧아지고, 짧아진 근육은 일어설 때 허리를 뒤로 젖히기 어렵게 만들고요.
낙성대역 주변에는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긴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께 자세를 완벽하게 바꾸시라는 말씀은 잘 안 드립니다. 대신 한 시간에 한 번, 서서 30초만 허리를 가볍게 젖혀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굳기 전에 한 번씩 풀어주는 쪽이 현실적이거든요.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허리가 아파 오신 분을 볼 때 저희가 먼저 확인하는 건 어떤 동작에서 아픈가입니다. 숙일 때 아픈지, 젖힐 때 아픈지, 앉았다 일어설 때 아픈지에 따라 굳어 있는 근육이 다르고, 침과 추나로 접근하는 순서도 달라집니다.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는 증상이 함께 있다면 신경 자극 여부를 따로 살펴야 합니다. 그런 경우에는 영상 검사가 필요할 수 있어 협진이 가능한 곳으로 안내해 드리기도 합니다.
참고로 위 수치는 건강한 성인 한 사람을 정밀 측정한 값이라, 절대 수치를 모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세를 바꿀 때 허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사람 몸에서 직접 확인한, 흔치 않은 자료입니다.
허리를 숙이는 동작이 유독 두려워졌다면, 또는 삐끗한 뒤로 몇 주째 개운해지지 않는다면 경희미르애한의원 낙성대점에서 어떤 근육이 문제인지 함께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문헌
Wilke HJ, Neef P, Caimi M, Hoogland T, Claes LE. New in vivo measurements of pressures in the intervertebral disc in daily life. Spine (Phila Pa 1976). 1999;24(8):755-762. PMID: 1022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