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적이 없는데 허리가 아프다면 — 봉천동 한의원이 보는 어르신 압박골절 신호
여든이 다 되신 어르신이 허리를 짚고 들어오셔서, 어쩌다 다치셨냐고 여쭤보면 "다친 적이 없다"고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넘어진 것도, 어디에 부딪힌 것도 아니고 그저 김치통을 옮겼다거나 방바닥에 살짝 주저앉았을 뿐이라고요. 그런데 통증의 양상은 삐끗한 것과는 좀 다릅니다.
이럴 때 저희가 머릿속에 먼저 떠올리는 것이 척추 압박골절입니다. 척추뼈가 눌리면서 납작하게 주저앉는 골절인데, 골다공증이 있는 어르신에게는 큰 충격 없이도 생길 수 있거든요.

넘어진 적이 없어도 뼈는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의 척추뼈는 웬만한 충격으로는 잘 부러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골다공증인데요. 뼈 속이 성글어지면 척추뼈가 제 몸무게를 버티는 것조차 버거워집니다. 이 상태에서는 무거운 김치통을 드는 정도, 심하면 기침을 세게 하는 정도의 힘으로도 척추뼈 앞부분이 찌그러질 수 있습니다. "넘어진 적이 없으니 골절은 아니겠지"라는 짐작이 어르신 허리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죠.
특히 폐경을 지난 여성분들은 골밀도가 빠르게 떨어집니다. 우리나라 일흔 이상 여성 열 명 중 예닐곱 분이 골다공증이라는 조사도 있으니, 어머님 연세가 그쯤 되셨다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셈이죠.
예전에 이 블로그에 젊은 분들의 허리디스크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어르신의 허리는 반대편에서 봐야 합니다. 젊은 허리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게 뼈 사이의 디스크라면, 일흔이 넘은 허리에서 먼저 의심해야 하는 건 뼈 그 자체입니다.
단순 근육통과 이렇게 다릅니다
물론 어르신 허리 통증이 전부 골절은 아닙니다. 다만 아래 신호가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 누웠다가 일어나거나 돌아누울 때 통증이 유독 심하다 — 걷는 것보다 자세를 바꾸는 순간이 괴로운 게 특징입니다
- 젊을 때보다 키가 4cm 넘게 줄었다
- 등이 점점 앞으로 굽어간다
키가 줄고 등이 굽는 건 이미 척추뼈 몇 개가 조금씩 주저앉아 있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척추뼈는 앞쪽부터 눌려 내려앉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개가 차례로 낮아지면 키가 줄면서 상체가 앞으로 기우는 모양이 되거든요. 압박골절은 통증이 크지 않게 지나가는 경우도 있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만큼 진행된 뒤에야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검사가 먼저입니다
진료실에서 위와 같은 신호가 보이면 저희는 침부터 놓지 않습니다. 영상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골절 여부는 손으로 만져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라 엑스레이나 MRI로 확인해야 하고, 골절이 확인되면 안정과 정복 등 그에 맞는 처치가 우선이거든요. 이 단계는 한의원 치료가 대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한의원이 도울 수 있는 건 그 다음입니다. 검사 결과 골절이 아니라면 애초에 근육과 인대의 문제이니 침과 추나로 접근하고요. 골절이었다가 뼈가 붙어가는 회복기라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약해지고 굳은 허리 주변 근육을 풀고 되살리는 일을 돕습니다. 이 시기에는 통증 부위 주변 근육에 침을 놓고 필요하면 약침을 병행하는데, 약침은 일반 침보다 뻐근하게 아픈 편이라 미리 말씀드리고 시작합니다. 회복기의 추나는 뼈를 강하게 미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하는 방식으로 조절하고요.
한 가지 덧붙이면, 아프다고 계속 누워만 지내시는 것도 답이 아닙니다.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허리를 받쳐주던 근육이 빠르게 약해지고, 약해진 근육은 다시 허리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되거든요. 통증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집 안을 조금씩 걷는 것부터 시작하시는 게 좋은데, 어느 정도까지 움직여도 되는지 그 속도를 잡는 일도 진료에서 함께 봐드리는 부분입니다.
부모님이 "허리쯤이야 파스 붙이면 낫는다"며 버티고 계시다면, 위 세 가지 신호부터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고, 결과를 가지고 봉천동 경희미르애한의원 낙성대점에 오시면 그 시점의 허리 상태에 맞는 회복 계획을 함께 세워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