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비수술 치료, 시기별로 달라지는 경과 — 봉천동 한의원 이야기
"수술하자는 말을 들었는데, 일단 한 달만 다른 방법을 써 보고 싶어서요." 허리디스크 진단서를 들고 오시는 분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입니다. 봉천동 골목 안쪽 직장에서 하루 아홉 시간을 앉아 지내던 분도, 마트 진열 일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펴기를 반복하던 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문을 엽니다.
비수술 치료가 궁금하신 분들이 실제로 알고 싶은 건 방법의 이름보다 '언제쯤 어떤 변화가 오는가'일 텐데요. 경희미르애한의원 낙성대점이 허리디스크를 시기별로 어떻게 나눠 치료하는지, 진료실에서 보는 경과의 흐름을 말씀드립니다.

첫 1~2주, 통증을 가라앉히는 시기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 주변이 부어 있는 급성기에는 허리를 억지로 움직이는 치료를 앞세우지 않습니다. 이 시기의 목표는 신경 주변의 자극을 줄이고, 방어하느라 딱딱해진 허리 근육을 풀어 주는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불편감이 3분의 1 가까이 줄 때까지 매일 오시도록 안내하고, 그 정도로 줄고 나면 횟수를 줄이는 쪽으로 옮겨 갑니다. 침은 허리와 엉덩이 근육의 긴장을 낮추는 데 쓰고, 통증이 집중된 지점에는 약침을 더합니다. 약침은 일반 침보다 뻐근하게 아픈 편이어서 처음 맞을 때 놀라시는 분이 있는데, 용량과 자극 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추나는 이 시기에 세게 하지 않습니다. 골반과 허리 관절이 한쪽으로 쏠린 정도를 살펴 부드러운 기법으로 부담이 몰리는 지점부터 덜어 줍니다.
생활에서는 앉는 자세 하나만 바꿔도 달라집니다.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붙이고 허리 뒤에 말아 둔 수건을 받치는 정도로도 디스크에 걸리는 압력이 줄어드니, 급성기에는 오래 앉은 채 버티지 않고 한 시간마다 서서 걷는 편이 낫습니다.
잠자리도 손볼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누웠을 때 허리가 뜨고 다리가 당기면 무릎 아래에 쿠션을 괴어 무릎과 고관절을 살짝 굽혀 주세요. 허리 근육이 늘어나는 정도가 줄어 아침에 일어날 때의 뻣뻣함이 덜해집니다. 기침이나 재채기가 나올 때 다리까지 찌릿하다면 아직 신경 주변이 예민한 상태라는 뜻이니, 이때는 치료 강도를 더 낮춰 가며 진행합니다.

3~4주 차, 다리 증상이 물러나는지 보는 시기
통증이 한풀 꺾이면 이제 '다리로 내려가던 저림이 어디까지 줄었는가'를 기준으로 삼습니다. 발끝까지 가던 저림이 종아리에서 멈추고, 앉아 있을 때 엉덩이 쪽 당김이 덜해지는 식으로 범위가 짧아지는 흐름을 확인합니다.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속도와 다리 증상이 줄어드는 속도는 서로 다를 수 있어서, 둘을 따로 기록해 가며 봅니다.
이 시기에는 침과 약침으로 허리와 엉덩이 근육의 긴장을 계속 낮추면서 추나의 강도를 조금씩 올립니다. 허리를 지탱하는 기립근과 엉덩이 근육이 다시 뭉쳐 통증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 시기의 과제입니다. 불편감이 3분의 1 가까이 줄었다면 그만큼 내원 횟수도 줄여 가는 쪽으로 안내합니다.
이 시기에는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 양말 신기, 세수할 때 허리를 굽히는 동작 같은 일상에서의 불편도 함께 점검합니다. 양말을 신으려고 숙이는 순간 다리로 전기가 오던 동작이 의자에 앉아 발을 올려 신는 방식으로 불편 없이 넘어가는지가, 증상 범위가 짧아지는 흐름을 가늠하는 기준이 됩니다.
한 달 이후, 허리를 다시 쓰는 단계
통증이 많이 줄었다고 치료를 끊으시면 아쉬운 구간이 여기입니다. 디스크가 눌려 있던 동안 근육은 허리를 지키려고 굳어 있었고, 그 상태에서 갑자기 일상으로 돌아가면 한 번 더 삐끗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출퇴근길에 계단이 많은 서울대입구역을 이용하는 분이라면, 처음 한 주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서 이동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허리가 회복되는 동안 근육이 감당할 부하를 단계적으로 올린다는 생각으로 일상에 복귀하시면 됩니다.
내원 횟수는 불편감이 줄어든 만큼 이미 줄여 온 상태이고, 이 단계에서는 상태를 보며 간격을 더 넓혀 갑니다. 추나는 이때 골반과 허리뼈의 정렬을 맞추는 데 본격적으로 쓰고, 한약은 오래 아파 기력이 떨어졌거나 회복이 더딘 분께 체질을 보고 처방하기도 합니다. 밤에 통증 때문에 잠을 설친 날이 이어지면 낮의 근육 긴장도 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수면 상태를 묻는 것도 이 단계에서 빼놓지 않는 문진입니다. 걷기는 평지 20분 정도에서 시작해 늘려 가시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며 무거운 것을 드는 동작은 가장 늦게 복귀하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경과의 속도는 디스크가 튀어나온 정도와 신경 눌림의 정도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고, 비수술 치료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져 발끝이 들리지 않는다거나, 소변이나 대변 조절이 어렵다거나,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진다면 한방 치료를 이어가기보다 바로 영상 검사와 응급 진료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그 외에는 치료 첫날 허리 상태를 확인해 어느 단계에서 시작할지 정한 뒤, 두세 번 치료할 때마다 다리 증상의 범위를 다시 비교하며 방향을 조정합니다.